이라크의 축구팬들이 온라인에서 지금 "도하의 기적"의 빚을 갚아달라고 한국팀에게 호소하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이 진행 중인 지금, 한국이 속한 A조는 6개 팀 중 한국과 이란이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하였고, 마지막 한 경기가 남아 있는 상태이다. (2022.3.28 현재)
아시아축구연맹 페이지에 내일 마지막 경기 안내 게시물에 코멘트를 남겼는데, 내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내 글에는 물론, 수많은 이라크인들이 이와 관련된 언급을 하고 있다. UAE와 대한민국 간의 경기 안내글임에도 이라크 축구팬들이 몰려와 수백 개의 한국 응원 댓글을 남기고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이 속한 A조는 한국과 이란이 1,2위로 본선 진출 확정이 된 상태이고, 3위는 B조의 3위와 플레이오프 자격을 가질 수 있다. A조는 이 3위 싸움이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는 안갯속이며, 마지막 남은 한 라운드의 결과에 따라서 결정된다. 특히 3위 UAE 9점, 4위 이라크 8점으로 두 팀이 접전 중이다.
모든 팀은 29일(화) 한 라운드 경기만 남았다.
한국은 3위 UAE와 맞대결을 하는데, 이라크가 진출할 수 있도록 UAE를 꼭 잡아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라크 팬들이 "도하의 기적"을 기억해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도하의 기적>
월드컵은 그냥 4년마다 당연히 나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이번에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쾌거를 이루어내었지만, 세계에서 6개 나라만 이루어낸 성과일 정도로 드문 케이스이다.
한국의 이 기록을 세우는 과정에서 가장 위기였던 순간이 바로 94년 월드컵 예선이었다. 아니, 그때는 말 그대로 기적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때는 아시아 최종예선이 그룹이 나누어져 있지 않고, 6개 팀이 경합을 별여 2위까지 두 장만 배정되어 있었다.
마지막 한 경기가 남았을 때의 승점은,
1위 일본 5점
2위 사우디 5점
3위 한국 4점
이런 상황이었다. 한국은 자력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마지막 대진은 일본 vs 이라크, 사우디 vs 이란, 한국 vs 북한이었다.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두 점 차 이상으로 이기고, 다른 경기의 결과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태였다.
세 곳에서 동시에 치러진 마지막 라운드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한국은 북한을 3대 0으로 이기고 있었으나, 타구장 소식은 사우디와 일본이 모두 이기고 있었다. 득점을 하여도, 승리를 앞두고 있어도 선수들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최종 탈락이었기 때문.
세 곳의 경기가 동시에 치러졌기 때문에 종료 시간도 거의 비슷한데, 한국 경기가 승리를 하고 경기가 종료된 순간, 타구장 결과는,
일본 2-1 이라크
사우디 4-2 이란
이렇게 나오고 있었다. 선수들도 결과를 인지하고 있었고, 경기장에서 터덜터덜 아쉬워하며 북한 선수들과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고, 캐스터도 월드컵 진출 실패에 대한 마무리 멘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화면에 갑자기 자막이 다시 한번 뜨는데, 이렇게 나왔다.
일본 2-2 이라크
사우디 4-2 이란
캐스터도 상황 인지를 바로 하지 못했고, 하던 얘기를 하면서 어? 어? 뭐 이런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고정운 선수가 경기장에서 펄쩍펄쩍 뒤는 장면이 화면에 잡히고 캐스터도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치르고 있던 일본 vs 이라크전은 한국 경기보다 추가시간 차이 때문에 조금 더 늦게 끝났는데, 이라크가 추가시간에 종료 20초를 남기고서 그야말로 극적인 골을 넣고 동점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로 인해서 사우디가 1위, 한국이 2위가 되어 진출권을 얻게 되었고, 애초 1위로 가장 유리했던 일본이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순간 20초를 버티지 못해 3위로 밀려나, 눈앞에서 그들의 첫 월드컵 진출권 획득에 실패를 했던 것이다.
이 순간의 충격과 여운은 한동안 한일 양국에서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한국의 곳곳에서의 환호와 희열, 그리고 일본 시민들의 좌절하고 오열하고 심지어 쓰러지는 모습들이 교차되는 많은 장면들이 TV에서 내내 볼 수 있었다.
주한 이라크 대사관에는 한국인들의 감사 팩스와 전화, 성금이 빗발쳤고, 나중에 그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자파르 선수는 한국에 초청되어서 입국해서 한국에서 감사행사를 가질 정도로 파장이 컸던 사건이었다.
한국은 이 사건을 "도하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일본은 "도하의 비극"이라고 부른다.
지금 아시아축구연맹 페이지에서, 수많은 이라크인들이 내일 마지막 경기에서 그 "도하의 기적"때 진 빚을 부디 갚아 달라고 수많은 댓글들을 달며 한국을 응원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꼭 그 이유가 아니라도 우리도 조 1위를 위해 당연히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경기이기도 하지만, 그들 말 대로 그때의 빚을 갚는 의미도 살릴 겸, 내일 UAE전 꼭 승리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좋겠다.
*당시 상황을 담은 KBS의 영상: https://youtu.be/hY9HT9vo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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