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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의 귀환” - 2019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DeepFocus 2019. 11. 2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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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아스의 유산, 스틸타카, 도전정신, “포항 스타일”. 그리고 찾아온 침체기.

K리그 역사에 한국식 관습으로부터 “도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감독이 두 명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구 부천 SK의 니폼니시 감독과 포항스틸러스의 파리아스 감독이다.

기존의 포항의 스타일은 전방부터 모든 장소에서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하여 볼을 빼앗고, 이어서 대부분의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면서 개인 전술이든 팀 전술이든 공격에 과감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팀들에 비해 파울 수, 득점 수, 실점 수가 많은 팀이었다. 대신 경기는 언제나 마지막까지도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졌고, 그 스타일 자체가 포항 축구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었다.

포항은 황선홍 감독이 떠난 후, 기존의 핵심 선수들도 차례차례 대거 떠나면서 그 파리아스 감독이 남긴 포항 특유의 공격스타일을 빠르게 잃어버리게 되었다.
안정적으로 수비하고, 단조로운 공격과 의미없이 후방에서 볼을 돌리다 확실한 찬스를 만들어 골을 넣는 점유율 위주 스타일로 변하였다. 한 경기에 슈팅이 기껏해야 한 두번 밖에 안 나오는 듯한 경기가 대부분이었던 느낌이다. 의미없이 볼을 돌리다 상대에게 볼을 빼앗겨 역습으로 위기를 자초하는 패턴이었다.

결과적으로 포항은 파울 수와 득점 수가 가장 적은 수준의 기록을 나타내는, 기존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팀으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경기의 재미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팬들의 관심을 함께 잃어버리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상대 선수가 근접해 오기 전에 의미 없는 횡패스, 백패스를 해서 위기를 회피하려는 경기스타일 덕에 우리 선수들의 도전정신과 자신감의 상실로 인해 그 특유의 ‘포항 스타일’의 불씨가 완전히 꺼져버려 회생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2019 시즌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포항 스타일”의 회복 가능성을 엿보다.

결국 감독이 바뀌었는데, 신임 김기동 감독은 선수시절 팀의 전설이긴 했지만, 프로팀의 감독을 맡기에는 지도자 경력에서 불안감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선수시절, 맨 앞에서 언급했던 K리그에 가장 센세이셔널한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바로 그 두 감독, 니폼니시와 파리아스 모두를 지도자로 경험했던 유일한 선수(내가 알기로는.)인 그가 적어도 기존의 ‘포항 스타일’을 되찾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함께 했다.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현실인지라, 감독 교체와 함께 즉시모든 것이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바로 이전까지의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한 실망과 그로인해 흥미를 잃어가던 시점 이후로 많은 경기를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간간히 접하던 바로는 시즌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인 얼마 전부터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조금씩 바로 그 포항 스타일이 조금씩 살아나는 듯 보였다.

조금 전에 끝난, 결과적으로 3대 0으로 포항이 승리한 오늘 서울전은, 세 골이 모두 들어간 이후인 65분 시점부터 경기를 보았는데,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바로 그 ‘포항 스타일’이 살아나고 있는 게 확연히 보이는게 아닌가!!!

포항의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패스 줄기를 끊는 시도를 하고 있고, 서울이 마치 바로 얼마 전까지 포항이 안 풀리던 경기를 할 때 처럼 패스는 모두 끊기면서 세 점 차로 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에 포항 선수들은 다양한 공격적인 패스와 모험적인 개인 돌파 시도를 하면서 시원시원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었다. 으아, 정말 반가웠다.


2013년 12월 1일과 모든 상황이 닮은 마지막 라운드만 남았다.

이제 리그는 한 라운드만 남았다. 그런데 아직도 우승팀은 결정되지 않았고, 포항은 여전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하 수 있는 3위 경쟁을 할 수 있다.
그 마지막 한 라운드, 하필 또 포항과 3위를 다투는 두 팀인 서울과 대구가 서로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는다. 무엇봐도 포항의 마지막 경기는 공교롭게도 울산 전이다! 어쩌면 또 이런 엄청난 시나리오가 짜여지는 건지.

포항과 울산이 앙숙이 된 것은, 양 팀이 각각 우승까지 가는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서로에게 발목을 걸어 좌절시킨 굵직한 역사가 많아서인데, 대부분은 포항이 울산의 발목을 잡는 스토리였다. (울산이 팀의 규모나 명성에 비해 우승 별이 2개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ㅎㅎ)

단 하나 남은 상위 스플릿의 마지막 라운드, 여섯 팀이 펼치는 세 경기 모두가 한 해 시즌 전체의 결과를 결정짓는 핵심 경기가 된 셈이긴 하지만서도, 포항의 오늘 경기력에서 확인한 바로, 또 한 번의 극적이고 피터지는 역사로 남을 수도 있을 이번 동해안매치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높아졌다. 포항전에서 울산이 우승컵을 들게 할 순 없지.

니폼니시와 파리아스 감독의 제자이자 ‘포항 스타일’의 회복 가능성을 언뜻 보여주는 데 성공한, 초보감독인 김기동에게 지금 껏 가장 큰 도전이 될 매치가 될 것 같다.

울산은 포항과 비기기만 해도 우승 컵을 들어올린다. 울산의 우승을 막기 위해서도, 포항의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위해서도, 12월 1일에 열리는 울산 홈에서의 이 경기에서 포항은 승리 외에는 옵션이 없다.

공교롭게도 모든 상황이,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던 2013년의 12월 1일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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