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딥포커스의 관점

길고양이에게 돌팔매를 하듯. <캣츠(2019)>의 과도한 혹평에 대해.

DeepFocus 2019. 12. 27. 18:01
반응형

<캣츠 (2019)>에 대한 평가들은 너무나도 지나치다 싶다.
우스개처럼 돌고 있는 영미권 시사회의 평가들이 마치 왕따 놀이에 편승하지 않으면 안 되는 듯이, ‘얼마나 조롱을 찰지게 할 수 있는가’의 경연 현상처럼 느껴진다.

무대에 올리는 뮤지컬을 그대로 영화화하는 형식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내가 그런 부류니까. 그 형식을 따른 <오페라의 유령(2004)>이나 <레 미제라블(2012)> 같은 경우, 시공의 제약을 받아 무대장치, 의상, 미술과 안무 그리고 음악의 조화로 해결하는 무대용 작품을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는 스크린 형식으로 옮겼을 때 나타나는 이질감을 느꼈었다.
나는 그 작품들을 볼 때는 '이게 무대 위였으면 어떻게 구현되고 있었을 장면이겠구나'라고 전제하면서 보는 관용적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영화라는 매개로 보지만, 평가하는 것은 머리 속에서 상상되는 무대용 뮤지컬 구성과 음악 등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것에 오히려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영화적 요소로서는 황당하고 터무니가 없거나 서사가 미흡한 부분이 필연적인데, 이런 형식의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는데는 그런 방식의 관람 자세가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캣츠>의 오리지널 뮤지컬을 본 적이 없으니 원작과 어떻게 다른 지는 알 수가 없어 속단하긴 어렵지만, 오리지널 송들과 구성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전제하에, 그 오리지널 뮤지컬 자체의 작품성에 대해 던지는 의문은 이해할 수 있더라도 같은 형식을 따른 <레 미제라블>과 비교했을 때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이런 평가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레 미제라블>도 영화장면에서 나온 배경들이 무대 위에서 무대장치로 구현되었을 때 놀랍고 빛날 장면들이었을 뿐, 영화의 형식으로는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가령, <레 미제라블>에서 시민혁명의 마지막 전투가 거의 깃발만 힘차게 흔들면서 자신들의 의지를 노래 한 곡으로 표현하는 동안, 행진을 하던 군인들이 당황하고 시민들이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는 장면이 시공에 구애를 받지 않는 영화의 형식에서 일어났을 때, 그런 것을 이해해 줄 수 있었다면 <캣츠>에 대한 영화사의 재앙에 가까운 평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즉, "<레 미제라블>같은 '명작'을 만든 감독이 영화사에 남을 졸작을 만들었다" 이런 표현은 모순처럼 들려서 공감이 되질 않는다.

<캣츠>가 괜찮은 작품 수준이 되지 않을 지라도, 영화 <레 미제라블>이 명작이라고 까지 생각한다면 <캣츠>에 대한 이런 저주에 가까운 평가들은 일관적인 관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조롱의 평들을 접하고 나서 보아서 기대치가 바닥이었던 영향도 없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딱히 그런 정도의 평가를 받을 만한 지점을 보는 내내 찾을 수는 없었다. 다른 뮤지컬 작품들에 비해 그 유명한 곡 'Memory' 외에는 귀에 익을 만한 곡들이 없고 서사가 단순하긴 했어도, 그런 것은 영화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엔드 크레딧을 보니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 듯 보이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리지널이 그렇다면 몰라도. 그런데 뮤지컬 <캣츠>가 그런 평가를 받은 작품이었던가?

<캣츠>를 무대의 뮤지컬로 봤으면 훨씬 더 좋았겠지만, 고양이의 행동 특성을 나름의 안무와 가사로서 잘 표현되고 있었고 그런 점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사실 타이트한 털 달린 전신 타이츠 같은 의상을 입은 무대 위의 배우들과는 달리 CG의 힘을 빌리긴 했어도, 고양이를 표현한 그 모습이 보다보니 묘한 중독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길거리 고양이의 삶이 그러하듯 의도적인 B급 감성도 느껴지고. 물론 사람들 마다의 호불호 취향을 어찌하겠냐만은. (평가를 보니 어쩌면 <록키 호러 픽쳐쇼>를 따르는 컬트가 될 지도).

왠만한 망작들에 비해서도 재앙에 가까울 정도의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 <캣츠>는 그저 SNS 주류의 시대에서 또 다른 과도한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무리 나쁘다 한들 이 작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 보다도 훨씬 나쁜 작품들이 널리고 널렸다. 이 배우들과 제작자들이 그 정도로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