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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2019)>은 왜 만족스럽지 못한 것일까.

DeepFocus 2019. 7. 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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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The Lion King, 2019)>.

들어가기에 앞서.

원작 <라이온 킹 (1994)>과 관련된 화두

꽤 길었던 침체기를 보내고서, <인어공주 (1989)>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전성기를 다시 열었다. 어른들도 거부감없이 애니메이션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관람을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인어공주>를 기점으로, 이어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렸던 <미녀와 야수>, 그리고 <알라딘>까지 연이어 글로벌 빅 히트를 이루어 냈다. 마치 지금의 픽사나 마블 시리즈처럼, 새로이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충성도가 형성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이 때 <라이온 킹(1994)>이 등장했다.

앞선 세 작품은 형식적으로 닮은 면이 있었는데, 노래와 춤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전통이긴 해도 이 세 작품들은 구성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형식을 거의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이에 따라 작곡과 작사는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을 만들던 작곡가 앨런 멘켄과 작사가 하워드 애쉬먼, 팀 라이스 등이 참여한 작품들이었다.

 

이어진 디즈니의 작품 <라이온 킹 (1994)> <인어공주>부터 이어진 작품들과는 좀 다른 변화가 있었다. 첫 째는 소설 등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것이고, 둘 째는 팀 라이스가 뮤지컬 스타일을 적용한 작사자로 참여를 하긴 했지만, 브로드웨이 작품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던 신디사이저 기반에서 음악적 영역을 확장해 온 작곡가인 한스 짐머와, 대중가수인 엘튼 존이 음악을 맡았다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음악은 뮤지컬에서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연기자들의 보컬 역량을 서포팅하는 정도로 클래시컬한 현악기와 목관악기 위주로 표현되던 고상함, 아기자기함, 부드러움과 같은 기존의 스타일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타악기와 콰이어가 만들어내는 웅장함과 역동성이 훨씬 더 부각되는 분위기로 기존의 디즈니 작품들과 차별점을 만들어냈던 것이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라이온 킹(1994)>는 영화사에 남을 흥행을 끌어냈다.

 

 

실사판 <라이온 킹 (2019)>에 대한 평가와 고찰

 

최근 디즈니는 자사의 과거 장편 애니메이션들을 연이어 실사화 리메이크하는 작업으로 한참 분주하다. CG 장편 애니메이션에 완전히 시장을 내준 후 수십 년이 지나셀 애니메이션의 전성기 시대의 작품들을 새로운 세대들에게 리메이크로 다시 소개한다는 의미는 있겠지만실사화 작품들은 오리지널과 비교했을 때 대체로 만족도가 크지 않은 편이다. 이는 <라이온 킹>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분명히 최근의 <미녀와 야수>, <알라딘>의 리메이크와 비교해도 훨씬 더 많은 기대를 받는 작품이었고실사화 한다면 가장 만족도가 높을 수 있는 형식을 가진 작품일 것이라 예상을 했지만결과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일까.

 

리얼리티의 경계선에서.

실사화 과정에서리얼리티와 만화적 표현의 비현실 사이 경계선그리고 원작의 충실한 재현과 새로움의 경계선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설정함에 대해서 스태프의 굉장한 고민이 역력해 보였다.

존 패브루 감독은 그 자체로 훌륭했던 오리지널 작품을 동일한 스토리로 리메이크하는 행위에 대해실사화라는 의도에 충실하게 가능한 리얼리티를 살린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

 

<라이온 킹>은 말이 실사화지만실제로는 실사같은 CG 애니메이션이다.

최근의 <혹성탈출시리즈에서특히 <혹성탈출종의 전쟁>에서는 CG로 만들어진 실존 동물이자 말을 하는 침팬지가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섬세한 표정과 감정 연기의 정점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하지만 침팬지는 인간과 닮은 영장류라서 동물행동학적 리얼리티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서도 그것이 가능했겠지만다른 종들의 적극적이고 의인화된 감정 묘사는 동물의 특성에 대한 리얼리티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오리지널 작품과 비교했을 때 가장 확연히 달라진 부분인 “Be Prepared” 씬은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이에나들의 군무처럼앞에서 말한 리얼리티를 많은 부분에서 포기하지 않고서야 재현이 불가능할 것이라 판단했을 것 같다그래서 매우 간소화되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존 패브루 감독이 <라이온 킹>을 맡게 된 배경에는 그의 필모그래피상 이전 작 <정글북 (2016)>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글북>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고그 동물들의 감정 표현법도 역시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라이온 킹>의 방법과 거의 흡사했다하지만 <정글북>은 그 선택이 대단히 성공적이었는데, <라이온 킹>에서는 그렇지 못했다이는 단지 지나친 리얼리티 쪽으로 옮겨간 표현의 중심축만이 유일한 이유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그렇다면 그 다른 문제는 무엇일까.

 

오리지널리티에 대하여.

내 판단으로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째는, <정글북>은 인간인 모글리가 메인 캐릭터였다주인공으로서 극의 내부적으로는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과그리고 외부적으로는 관객들과 사이에서 감정을 주고받으며 극을 끌고 나가는 매개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하지만 <라이온 킹>에는 그런 역할을 할 캐릭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둘 째는 <정글북>도 역시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인 <정글북 (1967)>의 리메이크이긴 하지만원작과 설정만 같을 뿐 애니메이션 버전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작품이었다실사화의 특성에 맞게 새로이 기획된 내용들과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하지만 <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 형태로 구현 가능한 표현법으로 만들어진 오리지널 작품을 그대로 실사화한 데서 생긴 괴리로 보인다.

 

현실적인 모습을 한 동물의 의인화에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며 20여년 전에 이미 <꼬마돼지 베이브 (1995)>로 성공한 시도가 있었다이는 주로 훈련된 동물들을 촬영한 후 대사를 하는 입 모양만 CG애니메이션으로 덧붙인 형태였다인간적인 풍부한 표정은 기대할 수 없지만, <라이온 킹>과는 달리 감정이입이 가능했다이 차이가 바로 이 부분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꼬마돼지 베이브>는 원작소설이 있긴 하지만영상 매체로는 오리지널이다첫 기획단계에서부터 극영화 매체로 표현이 가능한 수준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하지만 <라이온 킹>은 그렇지 않다.

 

그외의 것들 - 교감, 더빙, 사운드, 노래.

결과적으로 <라이온 킹>은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장면들이 용납되는 원작의 만화적 요소를 큰 폭으로 포기하게 됨으로써 꽤 많은 것을 잃은 것 같았다실제로 러닝타임 내내 모든 장면이 아름답고 경이로웠지만극적인 요소로 관객의 감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만한 지점이 거의 없었다관객 대부분은 그냥 덤덤하게 방관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관객과의 감정적 소통과 교감을 발생시키는 장치로는 유머가 하나의 큰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간과하기 쉽지만내 개인적인 분석과 경험에서 이 부분은 사람과 사람사이 관계와 마찬가지로 영화와 관객사이의 소통과 공감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존 패브루 감독은 유머를 아는 인물이다마블의 신화를 열어준 초기 작품들 중에서 그가 감독했던 <아이언맨시리즈와 <어벤저스>가 대 성공한 요인은그의 유머감각이 또한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나는 판단하고 있다. <저스티스 리그>의 세계인 DC 작품들과 비교해도 그렇고, <어벤저스>로 각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에 시너지를 구축해주기 전까지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던 마블 초기의 다른 대부분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그렇다그의 다른 작품인 <아메리칸 셰프>를 보면 알겠지만그는 원래 CG와 대자본이 없어도 드라마와 유머만으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된 <라이온 킹>은 이 점에서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원작에서 폭소를 유발했던 디테일한 장면들로 예를 든다면하이에나 무리를 유인하기 위해 품바가 커다란 접시에 놓여 진 요리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던 부분이라던지마지막 전투에서 라피키가 이소룡을 흉내 내던 장면들을 꼽을 수 있다원작에서는 이처럼 이미지와 상황으로 유발되는 웃음을 통해 관객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만들어내던 요소는 삭제되거나 현실화되면서 원작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가 없었다상황과 시각적 이미지로부터 감정적 싱크가 제한되어 대사만으로 전달되는 유머는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표정 연기에 한계가 있으니감정 전달은 주로 더빙 연기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그런데 이 부분 또한 아쉬운 부분이었다원작의 제레미 아이언스나 우피 골드버그 같은 배우들의 과감하고 개성적인 목소리 연기가 자꾸만 생각이 났다대체불가라 볼 수 있는 제임스 얼 존스가 유일하게 원작과 동일한 무파사 역을 그대로 다시 연기를 맡았지만세월의 여파인지 예전 같지 않은 목소리의 중저음의 무게감과 그것을 또한 충분히 살리지 못한 사운드도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최상의 사운드 시스템 환경인 IMAX 상영관에서도 전반적으로 사운드믹싱특히 원작의 여러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던 낮은 주파수의 중저음의 효과가 보이스음악효과음 부분 전반적으로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치 못하다 느껴졌다.)

재연과 재해석되는 주제곡들과 관련해서도 <알라딘>에서도 그리 느꼈지만기존 곡들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한(이는 “Hakuna Matata” 씬에서 대사로도 의도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래서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는 듯한결과적으로 자신의 것이 아닌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미묘한 어색함이나 애드립 같은 것에서 드러나는 강박같은 여러가지 것들이 느껴졌다이는 브로드웨이 공연 버전의 디즈니 뮤지컬에서 무대와 관객들을 장악할 수 있는 배우들이 펼치는 라이브 퍼포먼스와는 좀 다른 상황인 것 같다.

 

해결책에 대한 고민.

같은 디즈니 실사판인 <덤보 (2019)>에서는 실사화 된 코끼리이지만 완전한 리얼리티보다는 팀 버튼 특유의 스타일로 재해석된 디자인의 코끼리가 등장했고모습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갈렸었다미술적 요소에서 팀 버튼의 디자인들은 대부분 그로테스크함이 기반이기도 하지만외형적인 리얼리티에서 좀 더 벗어나 어딘지 모를 기이한 모습에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요소도 분명히 있긴 하다.

 

내가 <라이온 킹>의 실사판을 만드는 입장이라고 상상해보았다앞서 나열한 모든 것들을 고려했을 때그리고 결과물을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판단일 수도 있지만, <라이온 킹>의 실사화 된 캐릭터들에 가장 적합했을 스타일은 아마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의인화된 너구리인 ‘로켓에 적용된 방식이 가장 적합하지 않았을까 싶다현실적인 너구리의 겉 모습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인간의 표정과 행동을 본 딴 감정표현자유로운 유머를 기반으로 한 적절한 성우의 더빙 등으로 앞에서 말한 모든 것들이 해결되는 캐릭터였다.

 

마무리하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 리메이크" 작업의 의미에 대한 의문.

요즘 한참 연이어 작업중인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의 "실사화 리메이크 작업"이 갖는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많은 작품들이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애니메이션화 자체가 비현실적인 만화적 특성을 감안해서 연출되는 작품이다그런데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을 모방해서 만드는 실사화라는어찌 보면 의미가 역전된 현상이 일어난다. 구성과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구현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이 파생될 수 밖에 없으며결과적으로 실사화 리메이크 작품들은 애초에 완성도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는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들을 실사화 한 그 수많은 일본 영화들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구나 <라이온 킹>같이 대부분의 관객들은 원작을 이미 접해봤을 훌륭하면서도 대중적인 작품을 똑같은 구성으로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관심도에서 큰 메리트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의 높은 기대치의 크리티컬한 포지션을 가진 관객에게 디테일한 부분에서 비교대상이 되는 큰 핸디캡은 숙명일 수밖에 없다.

디즈니는 막대한 인수와 사업확장으로 콘텐츠 확보에도 매우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시점이다. 이 과정의 일환인 실사화 리메이크 작업에서는 이 숙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The past can hurt. But from the way I see it, you can either run from it, or.. learn from it.”
<The Lion King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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