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딥포커스의 관점

<해적: 도깨비 깃발>이 보여준 놀라운 진보와 아쉬운 이면.

DeepFocus 2022. 1. 27.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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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굉장히 놀라운 측면이 있었다. 몇 개의 장면들이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수준의 비주얼과 만듦새를 보여준다. 이런 게 구현이 가능하다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와 미학적으로도 훌륭한 장면들이었다. 

그렇다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2014)>의 열렬한 팬인 나에게, 훨씬 더 업그레이드가 된 만큼 전작만큼의 재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기대에는 다다르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코미디 영화는 그 특성상 적정선을 넘게 되면 많은 경우 웃음 유도가 너무 억지스럽거나 유치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전작은 그 경계선에서 조금 더 벗어나면 지나치게 유치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선 위에서 줄타기하며 아슬아슬하면서도 거의 완벽하게 균형을 잘 맞추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여러 번 박장대소하게 만들었고, 내내 흥미진진했었다.

전작은 왠지 실생활에서도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하고 말을 할 것 같은 배우들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배우들의 코미디 연기에 의존하는 유머들에서도 크게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웃겼다면, 이번에는 배우들이 딱히 연기를 못하는 것이 아닌데도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균형을 좀 잃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배경은 사실, 전작이 산적-장군-해적-빌런 해적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녹아들어 재미있는 다양한 상황들이 연출되었는데 비해 이번 작은 시놉시스 상의 구성과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 과정이 모두 더 심플해졌고, 그 결과로 상황보다는 배우에 의존하는 유머가 빈도와 비중이 훨씬 더 커져버림에서 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만족도가 전작에 미치지 못하게 만든 것 같다.

전작도 고려말 조선 초기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자면 고증 측면에서야 당연히 말이 되지 않아서 퓨전 사극의 영역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이번 작은 마치 서구의 대항해시대를 연상시키는 범선의 모습이나 기존의 영화 또는 아니메 등 각종 콘텐츠에서 접해오면서 만들어진 쿨한 해적 이미지들을 연상시키는 복식과 헤어스타일 등에서 훨씬 더 노골적으로 과장된 퓨전 영역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표방하고 있다. 이런 것 역시 전작에 비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의 아슬한 줄타기에서 균형을 더욱 깨트리는 요소로 느껴져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세련되게 구현한 굉장한 볼거리와 액션들을 체험하는 측면에서 충분한 재미를 얻어갈 수 있다면, 특히 극장에서 관람한다면 이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즐길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으나, 전작만큼의 여러 요소가 균형이 잡힌 재미는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해적: 도깨비 깃발 (2022)>.

(The Pirates: The Last Royal Treasuer)

2022. 1. 26. IMAX 버전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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