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플러스에서 공개된 <파친코> 첫 3화까지의 에피소드를 보았다.
총 8회로 제작된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아직 전체 에피소드가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총평을 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3화까지만으로도 확연하게 느껴지는 외형적 측면에서부터 그 색다름을 언급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형식적인 면에서 만듦새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굉장히 신선한 스타일이다. 이게 참 설명하기가 힘든데, 완벽하게 한국 현지화된 미국 스타일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한 묘한 느낌이랄까. 아마도 미국 시스템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교포 후손과 교포라 추정되는 이들의 연출에, 한국인 스태프들이 참여해서 만들어진 독특한 배경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어색하거나 이질적이다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고 굉장히 신선한 아름다움이다.
실내에서 자연 조명을 그대로 담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과거 그 시대가 실제로 그랬을 법한, 어두운 곳은 어두운 대로 그림자의 윤곽과 실루엣이 오히려 현장감과 분위기의 깊이가 느껴지도록 내버려 두는 방식 등, 굉장히 내추럴한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할까. 단순 제작비 또는 제작 기간의 영역인지 스태프의 역량과 욕심인지는 모르겠으나, 조명이나 영상과 사운드에 들인 정성이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정말 미친 수준이다.
한국어-일본어-영어 세 언어와 1910~20년대와 1980년대 후반,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는데, 모든 미장센과 소품 하나하나까지 그 정성과 물량공세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역사물은 당연히 제작비가 많이 들기 마련인데, 3화까지 나온 현대 배경 또한 80년대라, 그 엄청났다는 제작비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국의 역사물이 이런 형식으로 담긴 것이, 내용을 떠나 그 자체로 굉장히 신선해서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다.
김민진 배우 또한 나에게는 낯설고 여타 드라마라면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될 수 있었을까 싶은 외모와 인지도의 배우인데, 작품의 형식적인 면에서와 마찬가지로 당시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면서도 자연스럽고 과장되지 않는 연기를 하는데도 매력과 호소력이 크게 느껴진다. 연출의 영향도 있겠지만, 낯선 배우가 적절한 연기를 너무나도 잘 소화해서,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냥 그 인물처럼 느껴진다.
*참고로, 애플TV플러스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분들 중에서 <파친코>를 보고자 하는 분들께 팁을 드리자면,
애플TV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달리 시리즈가 한 시즌이 한 번에 올라오는 것이 아니고, 한 주에 한 회 씩 추가되는 방식이다. <파친코>는 총 8 회작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첫 공개된 3월 25일 금요일에 세 편이 한 번에 올라왔고, 이후 금요일마다 한 편씩 추가된다.
애플TV플러스는 7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7화가 공개된 이후 또는 8화가 모두 공개될 때(스케줄상 4월 29일)까지 기다렸다가 7일 무료 혜택을 사용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OTT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싼 편(6,500원)이니, 한 달만이라도 결제해서 보는 것도 추천한다. <테드 라쏘> 같은 재미있고 많은 호평을 받은 시리즈와 대작들만 보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애플TV플러스는 아직 오리지널 콘텐츠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콘텐츠의 퀄리티가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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