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일에 <범죄도시 3 (The Roundup: No Way Out, 2023)>를 보았습니다.
블로그를 방치해두고 있다가 다시 쓰려고 보니 마침 지난 글이 1년 전의 <범죄도시 2>에 대한 짧은 글이었네요.
<범죄도시 3>는 1편에서 어둡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의 비중이 컸던 것에 비해 좀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유머와 액션과 볼거리 비중이 더 커진 2편의 경향성을 더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편은 한중일 마약범죄가 연결된 세 국가의 여러 개의 조직이 관련된 거대한 규모의 범죄사업에 대한 이야기인데, 전편들이 다루던 작은 규모지만 강력한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캐릭터인 조폭 이야기와는 다른 규모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큰 규모의 범죄, 연관된 인물들의 행적, 그리고 이것들을 거의 주인공 캐릭터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리얼리티와 허구의 영역에서 더 큰 재미를 위해 더 허구의 영역이 좀 더 커지는 느낌을 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번 편에서는 천하의 마석도가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힘겨워하기도 하지만, 이는 3편까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1편의 배경이 2004년, 2편은 2008년, 그리고 이번 3편의 배경은 2015년입니다. 1편과 2편의 시간적 간극보다 3편의 그것이 훨씬 큽니다. 게다가 2편은 주요 배경이 베트남이었기 때문에, 기존작들과 비해서 갑자기 현대의 익숙한 배경에 아주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어둡고 지저분하고 치안이 보장되지 못하는 곳들 같은 배경들 자체가 불안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 좀 더 밝고 깔끔해진 현대적인 분위기로 크게 점프해서 기존작과의 분위기 차이가 좀 더 크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형사들이 경찰서 건물 밖 콘테이너 사무실을 쓰던 1편에 비하면 현대적이고 버젓한 광역수사대 건물 배경이, 뒷골목 음지에서 일어나는 진짜 조폭들의 이야기같던 이 시리즈의 독특한 분위 변화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작들은 빌런의 악마성 제시를 섬세하게 빌드업해 나감으로써 캐릭터의 긴장감을 부각시킨 것에 비해, 이번 작은 메인 빌런 외에도 야쿠자 일당에서도 버금가는 급의 빌런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들 캐릭터에 대해 긴장감을 만들어주는 배분된 작업들의 한계 때문에 정형적인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인물들이 대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를 것 같은 불안감과 긴장감을 주던 것과는 미묘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이번작의 빌런도 매우 악하고 무자비하고 충분히 카리스마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캐릭터에 대한 인상과 기억은 전작들의 빌런만큼은 많이 남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역시나 아주 재미있습니다.
액션의 타격감을 표현하는 시각적 방법 또한 점점 학습이 되어 발전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극장을 찾는 이유가 즐기기 위해서라는 단순한 목적을 생각해보면, 마동석이라서 가능한 유머와 시원한 액션의 최정점을 보여주는 시리즈이고, 이번작도 충분히 만족하며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 작에 대한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마석두 캐릭터는, <베테랑>의 서도철(황정민)과 마찬가지로 <리썰 웨폰> 시리즈의 마틴 릭스(멜 깁슨),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의 진가구(성룡)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무작정 달려드는 정의의 열혈형사 캐릭터를 계승하고 있습니다(과거 한국영화로는 <공공의 적>의 강철중(설경구)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석두 캐릭터는 거구의 외모와 압도적인 힘과 실전 주먹 싸움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의 아이코닉 캐릭터가 될 요인을 충분히 갖추었습니다. 과거의 비슷한 캐릭터를 생각해 보면 스티븐 시걸 정도가 떠오르지만, 액션의 스타일과 강도가 다른 영역입니다.
이처럼 잘 구축된 주인공 캐릭터와 일정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해주는 이 시리즈가 앞으로도 잘 이어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 딥포커스의 관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징어게임 2 (Squid Game: Season 2, 2024)를 보고. (0) | 2025.01.01 |
---|---|
오늘 개봉하는 <범죄도시 2>, 스포일러 없는 간단 리뷰 (0) | 2022.05.18 |
<파친코>. 첫 공개된 3화 까지만으로도 느껴지는 색다름. (0) | 2022.03.28 |
<해적: 도깨비 깃발>이 보여준 놀라운 진보와 아쉬운 이면. (0) | 2022.01.27 |
2021 개봉작.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 Top 25 (0) | 2022.01.20 |